[에세이] 나는 어디로 향해가는가? 👀 ✨

2021. 1. 13. 00:54기록 👀/① 회고

에세이: 2020년 12월 초안 작성 ~ 2021년 01월 최종 수정

 

 

 

 

나의 디자인, 나의 시작

졸업전시를 마친 후, 평소 읽고 싶었던 책들을 하나 둘 꺼내 읽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다. 당시 나는 하루키의 소설을 읽은 적은 없었다. 그래서 에세이로만 그를 바라봤을 때, 무라카미 하루키는 정말 ‘신기’하고 ‘배울 점이 많은’사람이었다.

지난 30여 년간 큰 사랑을 받아온 단/장편 소설 작가이지만, 그가 처음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순간은 다소 황당하다.

 

평소 응원하던 '야쿠르트' 팀의 야구 경기를 관람하던 중, 아무런 맥락 없이 방망이가 공에 맞는 상쾌한 소리가 경기장에 울려 퍼지자 "소설을 써야겠다"라고 하루키는 결심한다.

 

 

다소 당황스럽지만 모든 일에는 연결 지점이 있기 마련이다. 역시나 하루키가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는 점에서 그 연결 점을 찾을 수 있었다. 책을 읽은 후 먼저 하루키가 소설가로서의 첫 시작을 소개했던 것처럼 나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봤다. <디자이너라는 꿈>은 언제부터 시작됐을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내 꿈의 시작을 되짚어보니, 모든 경험이 쌓여 ‘내’가 됐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디자이너' 꿈의 시작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처음 미술 학원을 다니면서 내 꿈은 시작됐다. 먼먼 옛날, 내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나 싶을 그.. 유치원생 시절..

 

유치원이 끝나면 항상 몇몇 친구들은 자리에 남아 미술학원 셔틀 버스를 기다렸다. 나는 매번 등원차량으로 등하교했는데, 나와 달랐던 친구들의 행태가 너무 부러웠다. 어린 마음에 부모님께졸라 내 '고집'으로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면서 학원을 그만두기도 했지만, 다시 새로운 미술학원을 등록했다. 미술에 대한 천재성은 없었지만, 미술을 꾸준히 해온 고집스러운 시간들이 자연스레 디자이너를 꿈꾸게 했다.

 

 

산업디자인학과 진학

나는 사실 공간 디자이너라는꿈을 갖고 산업디자인학과에 진학했다. 공간에 오는 사람이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하는 디자이너를 꿈꾼 것이다. 공간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실내디자인학과에 진학하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대학에 가서 다양한 것을 배우는 것이 더 좋을것이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고, 더 시야를 넓혀공간 디자인을 포함해 제품 등의 영역까지 접할 수 있는 <산업디자인학과>로 진학했다.

 

산업디자인학과에 와서 UX 디자인에대해 접할 수 있었고 보다 더 다양한 배움을 통해 진로를 결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때의 선택이 후회스럽지 않다. 지금의 나는 모바일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살아가며 행하는 것들을 다루는 온오프라인 전반의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이 목표다. 어쩌면 나는 어릴적 꿈 (공간에 오는 사람이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디자이너)을 또 다시 꾸고 있는 것일 수도....

 

 

미래를 바꾸는 사용자 경험과 결심

몇 년 전, 한 블록체인 회사의 채용공고를 읽은 경험이 있다. 그 글에서 디자이너를 '서비스에 날개를 달아주는 직업'으로 묘사했고, "미래를 바꾸는 디자이너"를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글은 내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디자이너로서의 사고를 더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누군가가 공유해줬었는데, 정말. 너무. 고맙다!!!!!!)

 

이후 나는 미래를 바꾸는 디자이너가 되어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결심했다. 이 목표는 꾸준히 IT와 디자인 동향을 학습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두 번의 실무 경험은 내게 큰 가르침을 안겨줬지만, 더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학습 니즈를 느끼게 했다. 조금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무렵, 나는 자연스럽게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

 

 

과거의 나를 떠올려보면, 목표를 세우기보다 흘러가는 시간에 따라 좋은 기회를 잡았던 순간들이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의 의견에 따라 산업디자인학과에 진학한 것도 부족한 점이 많은 내게 모두 우연스레 찾아온 기회였다. 목표가 확실하지 않아 주춤했던 시간들도 분명있었지만, 다가오는 기회에 언제나 최선을 다했고 그렇기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장담한다. 입학 이후 나는 많은 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올해(2020년)의 경우 함께하게 된 팀원들 덕분에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었고, 학생의 대표(졸준위원장)가 되어 몰랐던 나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나에게 올 한해가 정말 힘들었겠다고 말한다. (시간이 지나 미화된 것인지 아니면 정말 힘든 순간이 없었던 것인지는 확답할 수 없지만) 일 년간 맡은 업무를 수행하며 항상 무언가에 최선을 다했다는 만족감과 즐길 수 있는 좋아하는 일을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느꼈다. 그 무엇에도 후회스러운 감정이 없다.

 

앞으로의 미래에 있어서도 더 자신감을 갖고 도전할 수 있는 태도를 만들어줬기 때문에 2020년은 내게 의미 있는 한해가 될 수 있었다.

 

 


 

 

디자이너로서의 태도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태도에 공감하며 읽었다.

 

하루키의 소설 창작 과정 속에는 순수하고 강인한 고집 (매일, 꾸준히, 정해진 양만큼, 최선을 다하는 태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오랜 시간동안 여러 작품을 창작하며 오리지낼리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나도 하루키처럼 나만의 강인한 고집이 있다.

 

"지금은 힘들더라도 후의 큰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믿음과 해내야겠다는 고집."

 

 

*졸업전시의 자기소개에도 작성했지만,  나의 '성실함과 인내'를 가장 사랑한다.

(조금 부끄러운 문구였지만, 부모님과 이모들이 이 문구가 가장 좋았다고 말씀했다.)

'내가 선명해지는 시간'
흐르는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선명해진 내 모습을 통해 지난 4년을 설명할 수 있다. 나는 그 누구보다 단단하고 성숙한 사람이 되었고, 나에게 매몰되지 않고 누군가를 생각하며 부단히 노력하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었다. 수없이 많은 나를 정의할 수 있지만 그중 나의 '성실함과 인내'를 가장 사랑한다. 매일 더 나은 결과를 느리지만 잘 해내고 있기에, 그 믿음이 오늘의 나를 또다시 이끈다.

 

 

사실,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는 이 태도는 불과 2-3년 전 나에게는 찾아볼 수 없었다. 책임 없이 일 벌이는 것만 좋아할 뿐. 그 뒤의 일은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태도를 지녔던 게 나였다. 조금은 부끄럽지만 그래서 많은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했었고. 그런 일이 있었기에. 그리고 그 모습을 나 스스로 반성할 수 있었기에 해야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고집을 만들 수 있었다.

 

매일 더 나은 결과를 느리지만 잘 해내고 있기에, 그 믿음이 오늘의 나를 또 다시 이끈다.

 


 

연습의 진정한 목적은 제대로 하기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것을 쉽게 만드는 과정'이다. 나는대학시절 동안을 실전으로 나아가기 위한 연습기간으로 생각하며 앞으로 사회에서의 UX 디자이너로서더 많은 것을 ‘잘’ 이뤄가고자 한다.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하는 디자이너가 돼야지.

 

지금 내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확답할 수 없지만 내게 주어진 석사 2년 동안 지금보다 더 단단한 답변을 만들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나는 어디로 향해가는가?' 마침-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