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영감] 샛길로 빠지는 조금 멍청한 개미는 의미 있는 동반자입니다.

2021. 3. 30. 00:00기록 👀/② 영감, 짧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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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처럼 책을 읽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처럼 이런저런 고민들로 주말 동안 친구들에게 터놓았던 한탄들을 후회하고 있었다. 순간적인 감정들로 쏟아버린 나의 생각들을 듣고 내 친구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냥저냥 이런 후회들로 머릿속이 뿌애져 갈 때 쯔음, 주말에 터져 나온 한때의 감정을 정리해 주는 글을 읽고 있는 한 책에서 보게됐다. (기대하지 않던 곳에서 얻는 가치가 더 크게 느껴지듯) 학업을 위해 읽던 이 책에서 '순간'을 반성하게 끔 하는 힘을 가진 이 문장들이 더 크게 와 닿았다.

 

 

메타버스 (김상균 저) 106p~109p

 

히로시마대 수학과 나시모리 히라쿠 교수의 실험을 잠시 들여다보겠습니다. 히라쿠 교수는 화학, 생물, 사회과학적 영역에서 다양한 현상을 확률과 통계분석으로 규명하는 연구를 하며 150여 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히라쿠 교수의 연구 중 개미집단의 이동을 시뮬레이션하는 실험이 있습니다. 개미가 집단을 이뤄서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것을 관찰하는 시뮬레이션 실험입니다. 늘 그렇지만 큰 집단이 방향성을 잡고 한쪽으로 이동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리더를 잘 따르는 개미, 옆으로 빠지는 개미, 심지어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는 개미까지 있을 수 있겠네요. 히라쿠 박사는 바로 이 부분을 궁금해했습니다. 길을 잘 찾지 못하는 개미들이 포함된 집단, 그렇지 않은 집단, 이렇게 두 그룹으로 비교할 때 어떤 그룹이 목표지점에 빠르게 도착하는 가를 관찰했습니다. 결과는 의외로, 길을 잘 찾지 못하는 개미들이 포함된 집단이 더 빠르게 도착했습니다. 물론 실험을 여러 번 반복해서 얻은 평균값이 그렇다는 의미입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멍청한 개미가 집단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주었을 까요? 멍청한 개미는 때로 샛길로 빠지기 일쑤입니다. 얼핏 보면 샛길로 빠지는 개미다 내게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여겨지지만, 그 빠진 샛길이 때로는 지름길이 되거나, 그 길에서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배우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을 두고 보면, 우리에게 샛길로 빠지는 조금 멍청한 개미는 의미 있는 동반자입니다. 멍청한 개미 따위의 의견, 그런 개미와의 소통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신다면 얘기를 좀 더 들어봐 주시기 바랍니다.

 

비행기를 운항할 때 조종실에는 기장과 부기장이 함께 있습니다. 장거리를 한명이 끝까지 조종하기는 어려워서 이 둘은 서로 번갈아 가며 조종 책임을 맡는 다고 합니다. 기장은 부기장보다 더 많은 비행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둘, 기장과 부기장 중에서 누가 조종 책임을 맡는 상황에서 사고가 더 많이 발생할까요? 답은 의외로 기장이었습니다. 기장은 더 오랜 비행 경력과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지만, 부기장보다 사고를 많이 냈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 까요? 그저 기장이 조종관을 잡았을 때 부기장은 자신의 의견을 잘 말하지 못합니다. 비행 시뮬레이터를 활용한 실험의 결과는 더 충격적입니다. 기장이 조종관을 잡고 활주로에 착륙하는 도중 정신을 잃은 듯이 행동한 상황에서, 부기장 중 1/4은 기장의 조종관에 손을 대지 못했습니다. 1999년 12월 22일에 발생했던 대한항공 8509편 추락사고도 같은 맥락입니다. 밀라노를 향해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이륙 1분 만에 숲으로 추락했습니다. 당시 기장이 조종관을 쥐고 있었고, 부기장은 사고 징후를 간파했으나, 기장은 부기장의 의견을 무시했습니다. 반대 상황에서는 어떨까요? 조종관을 잡은 부기장에게 기장은 옆에서 이런저런 말을 합니다. 그런 조언이 부기장의 사고 확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기장 입장에서 부기장은 자신보다 덜 성숙한 개미로 생각될지 모르지만, 개미들이 서로의 의견을 들어줬듯이 기장은 부기장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요즘 종종 터놓는(고민하는) 주제는 '타인과의 협업이나 소통'이다. 조금은 이기적인 오만함에 빠져 누군가의 의견을 무시하기도 했던 것 같아 그 순간들을 고민하곤 했다. 오랜 시간 두고 보면, 우리에게 샛길로 빠지는 조금 멍청한 개미는 의미 있는 동반자다. 어쩌면 그 멍청한 개미는 나 보다 더 많은 경험을 지닌 성숙한 개미들 일 것이다. (실제로 그러기도했고...) 개미들이 서로의 의견을 들어줬듯이 나와 다른 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방식을 존중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협업이고 오랜 동반자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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